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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시절 은사님이 서울에 오신다 하여, 동문이 연락이 왔다. 그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동문들이 만나기로 하였다는 것이다. 거기에 모이는 이들은 학부시절 그다지 친하지 않았던 이들이 대부분이었으나, 그래도 은사님 뵙기가 쉽지 않으니 은사님 뵈러가는 기분으로 있던 일마저 미루고 만나러 갔다.

동문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은사님을 중심으로 파편화된 대화들이 오고갔고, 뭔가 다시 나는 주변인스러운 학부시절의 희미한 기분만을 느꼈다.

학부시절 재미있게 들었던 은사님의 말씀은 더이상 나에게는 흥미가 생기지 않았고, 그와 나의 삶의 공간이 너무나 멀게만 느껴졌다. 학부시절 종종 동지적 입장에 있었고 지금 그나마 유사하게 사는 것 같은 동문에게 교수님이 재미없어졌다는 투의 이야기를 하자. 오히려 내가 학부시절과 많이 거리있는 인간이 된 듯 하고, 사실 이미 교수님은 재미없는 사람이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돌이켜보면 나는 참 많이 변한 듯 하다. 학부시절 동안에 많이 변한 듯 하고. 또 지난 몇년간 많이 변한듯도 하다. 이제 전과 같은 마음으로 은사님과의 만남을 기대하지는 않을 것 같다.

내 일에 대해 걱정하던 은사의 따스함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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