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역사학 이야기 하쟀냐?

1. 좀 쌩뚱맞을 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과학 이야기 좀 하자. 많은 분과학문들이 있겠지만, 그 많은 분과학문들 중에서도 가장 ‘순수한 학문’으로 여겨지는 것이 ‘과학’ 이니까. 그런데 그 ‘과학’ 중에서도 ‘핵 기술’이라는 것 가지고 한번 이야기 해보자.

2. ‘핵 기술’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건 과학하시는 분들이 기술적 측면에서 더 잘 알테지만, 우리는 일단 북한이 ‘핵 개발’하고 ‘핵 실험’ 한다고 하면, 반대하고 있다. 그리고 정치적 입장중의 하나로 ‘반핵주의자’들도 있다. 따지고 보면, 그저 과학적 원리로 아주 큰 에너지를 내는 하나의 순수한 학문적 성과일 뿐인데, 온갖 정치색 입혀서 ‘핵 개발’ 반대하고, 졸라 궁극적으로는 ‘핵 협상’까지 한다. 졸라 순수한 과학기술일 뿐인데, 왜 미국이 맨날 북한한테 쩔쩔 매면서 돈주고, 우리나라는 쌀퍼주고, 협박도 하고, 으르고, 그러는걸까?

내 생각에는, 유영익 교수가 ‘탈 정치적’이고, ‘정치적 논란’을 하는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학문의 순수성 운운하시는 TA 분들은 아마도, 이런거 이해 못할거 같다. 그러니까 너무나도 순수하시게 유영익 교수 밑에서 배운 ‘순수한 역사학’ 운운하고 조낸 아는척 하는거다.

그러니까, 아무리 순수한 학문적 성과라 할지라도, 그것이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쓰이지 않을 때, 그 순수한 학문적 성과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물어보아야 하며, 그 순수한 학문적 성과가 인간에 의해 ‘올바르지 않게’ 계속 쓰이고 있다면, 그 순수한 학문적 성과는 폐기되는 것이 옳은 것이다. 순전히 사람을 죽이는 곳에만 쓰이고 인류를 자멸시킬 가능성이 너무나도 높은 ‘핵 무기’처럼, 또는 아주 순수한 ‘핵 무기’를 ‘전쟁’과 같은 정치적인 행위에 사용하고 있는 위정자들에 반대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그 ‘핵’에 대해서 반대할 수 있는 것이다. 당연한 말을 한번 상기시키자면, 학문은 그것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없으며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니까.

3. 학문과 정치? 그것의 관계에 대해서는 졸라 논의가 분분하니 이야기 좀 적당히 하자. 언제나 근본적인 질문은 대답하기 힘드니까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유영익 교수의 그 ‘순수한 학문적 성과’가 어떤 방식으로 이용되는지에 대해서도 좀 지적으로 성실하셨으면 한다. 적어도, 유영익 교수에게 ‘정치색’을 입히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유영익 교수의 ‘역사학’에 대해서는 조금 지적으로 불성실할지는 몰라도, 지금 우리 시대에 대해서까지 지적으로 불성실하리라는 생각은 접어두시길 바란다. 물론 초주관적 견해이지만, 적어도 ‘유영익’ 교수에 대해 정치적 논란을 하시는 분들의 고민의 무게는, 오피스에 처박혀 ‘한 사람’이 ‘주는’ 논문만 쳐읽고 있는 니놈보다는 무거울거 같으니까.

4. 유영익 교수 스스로는 정치와 연관이 없고자 할 수 있다. 그런데, 유영익 교수의 학문이 이렇게 대중화(교과서화) 되는 것은 전혀 정치와 연관이 없을까? 우리는 현재 이미 기독교가 정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알고 있다. ‘뉴라이트’라는 정치적 운동에 ‘한기총’은 절대적 지지를 보이고 있으며,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은 또 다시 ‘장로’ 대통령의 당선이라며 축하되어 지고 있다. 이쯤에서 이미 신앙과 정치는 분리될 수 없다. 또 어디에선가, 이명박 대통령의 대통령직 당선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소리가 마치 악령의 속삭임처럼, 또 다시 보는 하나의 악몽처럼, 스믈스믈 튀어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뉴라이트는 ‘좌빨’들의 ‘민족주의’ 사관에 태클을 걸기 시작한다. 그런 맥락에서 ‘교과서 포럼’은 만들어졌고, 그들의 코드에 맞는 몇몇 역사학자들을 그들의 감수로 세웠다. 그 중 한명이 유영익 교수인 것이다. 특히나, 유영익 교수는 ‘장로 대통령’ 중의 원빠따인 ‘국부’ 이승만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학자 중의 한명이기도 하니, 그들에게 얼마나 ‘좋은 학자’인가??

세태가 이렇다 보니, 바보같은 TA는 지금껏 논의된 맥락은 전혀 고려하지 못한 체, 마치 똥으로 글을 읽은 마냥, 이승만의 편지 한통을 운운한다. 또 어떤 학우는 이 편지를 보고, 이승만의 시대를 앞서간 이상에 대해 공감하고 감탄한다. 정말 학문이 ‘정치’와 관련없이 평가되어야 한다면, 또 신앙이 정치와 관련이 없어야 한다면, 또 학문과 신앙이 관련이 없어야 한다면, 정치인 이승만에 대해서 그의 정치적 행위와 행적에 대해서만 평가하는 것이 올바른 촛점은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승만은 ‘기독교인’ ‘장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로 평가되고 있다. 유영익 교수가 수업시간에 보여주었다는 ‘이승만의 편지’는 순전히 학문적이지도 않고, 순전히 신앙적이지도 않다. 이 자료는 유영익 교수가 기독교인이라는 개인적인 취향, 개인적인 코드에 맞는 자료이기 때문에 그에게 학적 의의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5. 유영익 교수가 ‘순전히 학문적’ 이기를 원하는가? 나도 그러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유영익 교수를 ‘정치적 논란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유영익 교수의 역사학에 반대하는 이들이 아니라, 유영익 교수의 역사학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뉴라이트’세력이다. 우리는 ‘뉴라이트’ 세력에 반대하기 위해서, 유영익 교수의 역사학 또한 함께 반대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 당신이 진정으로 유영익 교수가 ‘순전히 학문적’인 인물로 남기를 바란다면, 유영익 교수의 역사학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뉴라이트’ 세력에 대해서도, 우리를 향한 공격과 똑같은 강도의 공격을 해야만 할 것이다. 역사는 과연 ‘탈 정치적’인가? 왜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는 법안이 발의되고는 할까? ‘역사’는 과연 정말로, 순수한 ‘학문’의 영역일까? 아니, 순수한 과학 마저도… 과연 그것이 순수한 것일까??

6. 평소에 잘 보지도 않는 신문을 검색해본다. 과연, 한 언론에서도 역사학의 논쟁을 ‘이념논쟁’이라고 명명하였다. 본질을 정확히 짚은 진단이다. 유영익 교수의 수업 자체를 듣기 이전에, 우리가 터잡고 있는 한국사회의 맥락이 무엇이며,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보다 명확하게 아는게 ‘지적 성실함’의 첫단계이다. 모든 학문은 그 ‘현재성’ 이 상실되었을때 더이상의 의의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