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쇠고기, 총학

요즘은 키보드 워리어 질 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
조금은 주관적이고 솔직한 글이 필요한것 같아서 글을 날렸다. 사실 따지고 보면, 기존에 한 학우가 문제제기한 것과 일맥 상통하는 면이 있다. 다만, 총학생회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에서, 총학생회의 정치참여에 대한 당위를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방법 보다는 그저 나의 욕구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오히려 속시원 할 것 같았다. 또한, 이번 총학이 일관되게 보이고 있는 문제점이 ‘학생 참여’라는 명목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조금 더 강조한 것 뿐…


식당 줄 문제

1. 3월 11일 식당 줄서는 문제에 대해서 한 학우가 총학생회에 질의를 했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 총학생회는 여지껏 아무 말이 없다.

2. 평의회에서 이 사안에 대해서 의결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의결의 성격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여론수렴기구로써 총학생회에 여론수렴하기 위한 성격으로써 의결이 되었다면, 이 이후에 후속조치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것이고, 평의회의 정책제안 권한을 사용했다 하더라도, 이후에 전학대회에서 이를 다루어야만 한다.

3. 내가 감히 추측하기로는 총학생회는 평의회의 결정을 보고 나서 식당 줄서는 문제에 대해서 어떤 대응을 하려고 한 듯도 싶다. 하지만, 이는 평의회의 결정을 총학생회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 데에 꼭 필요한 요소로 보는 우를 범하고 있다. 물론, 평의회의 결정을 바라보고 결단하든, 바라보지 않고 결단을 내리든 총학생회의 판단이나, 이 과정에서 드러난 행정상의 비효율은 총학생회가 책임지고 비난받아야 할 점이다.

4. 어쨌든, 결과적으로 총학생회는 자신들이 결정을 내려야 할 결정권자임에도 불구하고, 학우들의 ‘정치 참여’에의 슬로건을 내걸고 정작 자신들의 책임은 다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학기초에 있었던 문제제기는 한학기가 지나도록 그대로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쇠고기 파동

1. 이번 쇠고기 문제에 있어서도 그러하다. 쇠고기 파동의 문제는 이미 여러차례 이야기 되었듯 ‘광우병’이라는 병질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 아니다. 광우병이 얼마나 발생하기 쉽고 위험한지에 대한 생물학자들의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한다면, 아마도 대한민국에 이번 쇠고기 파동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자들은 몇 명 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여러차례 이야기 되었겠지만, 광우병의 위험성과는 무관하게, 정부가 국민보건을 대하는 태도의 허술함은 충분히 지적되어야 마땅하며, 이는 과학적 소양이나 사실의 문제와는 달리, 온전히 정부 평가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논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학생회는 학생대표로써 이 사안에 대해서 말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학생참여’를 말하며 ‘아고라’를 열고 ‘토론’이나 하고 있다. 총학생회는 자신이 마치 토론학회라도 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학생 참여도 좋고 직접 민주주의도 좋으나, 총학은 정작 자신이 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는 듯 하다. 이제 토론도 마쳤으니, 총학생회는 결론을 내려야 할 때가 오지는 않았을까?

참여에의 이상의 한계

1. 세상은 참 많이 좋아졌다. 군부독제 시절을 지나 이제 우리는 화염병을 들지 않아도 된다. 시대가 평온하여 그런지, 사람들의 정치적 무관심 또한 하나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정치라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 생각도 해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어쩌면, 정치에 무관심하기 위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20대가 토익공부만 한다고 비난들 하지만, 정말 정치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것은 대학생이라면 토익공부만 할 수 있고, 학문에만 매진할 수 있는 그런 평온한 세상을 꿈꾸는지도 모른다.

2.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나는 사실 토익공부만 하고 학문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총학생회가 힘써줬으면 좋겠다. 무슨 말이냐 하면, 내가 아고라에 가지 않아도, 직접 참여하지 않아도, 우리 총학생회가 이명박 아저씨 쇠고기 문제에 대해서 나를 대신해서 정치적으로 힘 좀 써줬으면 좋겠다. 나를 대신해서 소고기 협상 문제 있다고 발언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번 총학생회는 고놈의 학생참여 때문에 업무의 비효율성에도 불구하고 평의회를 열려고 하고, 학생들의 토론을 위해 자신들의 대표성은 포기했다.

3. 이번 총학생회는 학생참여에 열의가 있고 토론을 권장한다. 그런데, 이 말은 조금 뒤집으면, 학우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안되도록 만드는 무능한 총학이라는 말도 된다. 뭐 뻔한 결론이겠지만, 우리 모두는 정작 자기가 위치한 곳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결단을 내려야 하겠다. 마치 이명박 때문에 촛불을 들지 않을 수 없는 것 처럼, 묵묵부답인 총학생회 때문에 나는 촛불을 들어야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