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회칙 탓을 많이 했다. 분명히 누군가가 잘못한 것이었는데 회칙 탓을 많이 했다. 돌이켜 보면, 그건 꽤나 쉬운 레파토리 였던 것 같다. 내가 1학년 때 이었었나?? 그때도 선거로 시끄러웠었는데, 한 선배는 이런 내용과 비슷한 말을 했다. ‘이번 사건으로 회칙을 보게 되었는데, 회칙이 정말 엉망이더라. 이런 회칙을 남겨두고 가는 선배가 후배들에게 미안하구나.’ 그리고 그 선배는 졸업했다. 그 후에도, 한동에는 많은 사건들이 일어났고, 혹자는 무엇이 문제라고 하였고, 또는 그 문제는 근본적으로 회칙의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 얼마 전 선거 당시에도 그랬다. 누군가도 이미 지적했고, 내가 생각하기에도 그랬지만, 그건 분명히 학생대표들의 문제였었다. 그럼에도, 그런 말은 어김없이 나왔다. “구조의 모순에 공감하는 바입니다.”
2월 18일 전학대회 회의록이 올라왔다. 안건이 10개나 된다. 그렇게도 지루한 회의 가운데 평의회와 관련된 안건이 2개나 된다. 평의회 관련 안건은 ①평의원 활동 지원비 지급 기준 제정에 대한 의결 ②총학생회칙 제 69조 평의회 소집 및 의결정족수에 관한 해석 문제였다. 그중에서 두 번째 안건의 내용이 눈에 뜨인다. 지금 상황에서는 회칙해석에 관한 문제가 생길 여지가 없어 보임에도 평의회 소집에 대한 회칙 해석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난데없이 2부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평의회를 2부제로 운영하기 위해서 회칙해석이 필요한 것이었다. 사람들이 평의회에 참석하지 않으니, 1부와 2부로 반반을 나누어 평의회의 의결을 진행시키겠다는 것이다.
지나간 논의를 돌아보며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지는 않았겠지만, 나는 지난 학기에 있었던 의미 있는 논의를 기억하고 있다. 별것 아닌 횡수 논쟁에서 무슨 큰 의미를 찾느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논쟁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들과 논쟁 참여자들이 가지고 있었던 혼동이야말로 여태껏 진행되어왔던 학생대표들의 평의회 활성화 노력이 얼마나 맹목적이고 분별없는 열정이었는지 잘 드러내는 논의였다. 그리고 그 문제는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
i3 횡설수설 글 번호 14442 // 평의회는 없어져야 한다 2. – 윤군
i3 횡설수설 글 번호 14504 // 평의회 문제에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 윤군
-
민주적 정당성
이 글들에서 ‘윤군’이 집요하게 제기하는 문제는, 평의회가 ‘민주적 정당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총학생회칙 62조 에서는 평의회 의원은 팀장으로 ‘호선’된 자로 하는데, 이는 평의회가 대의적 기구로 활동하기에는 민주적 정당성이 결여된다는 지적 이었다. 또한, 평의회가 의결로써 행사할 수 있는 정책제안권, 집행지연권, 직무감찰권은 평의회 의원들 재적의원 1/5 이상의 출석으로 개회하기 때문에 그 적은 수의 평의회 의원들로는 학우들의 의사를 대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평의회는 단순한 여론수렴업무를 위한 일종의 ‘사무기구’로 볼 수 있는데, 그것마저 효율적이지는 않으니 평의회를 없애버리자는 것이다.
윤군의 주장에서 가장 근본 되는 부분은 ‘민주적 정당성’의 결여에 있으며, 다른 주장들도 그에 관한 문제인식에 기반하고 있다. 나는 윤군이 지적한 평의회의 ‘민주적 정당성’결여에 대한 문제인식에 깊이 통감하고, 왜? 회칙이 그렇게 만들어 졌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회칙개정당시의 자료를 찾아봐야만 했다.
-
– 회칙개정 과정
현 회칙 이전의 회칙에서 우리는 평의회를 처음으로 찾아 볼 수 있다. 당시 제안이유서에서 평의회가 언급된 부분을 찾아보면, ①<들어가는말>”각 팀대표 1인씩으로 구성될 평의회를 통해 공론장을 구현하여 집행부의 정책 집행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대학 내 학생 자치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②<제안이유>”나. 현실 상황에 적합한 총학생회칙을 통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학생기구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적극적 여론수렴기구인 평의회를 구성함으로써 회원의 학생정치 참여 의지를 북돋아 바람직한 대의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개정하려는 것임.” ③<주요골자>”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여론수렴을 위해 평의회를 신설하고 집행부의 정책 집행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함(안 제11장).”이 있다.
윤군이 지적한 평의회 선출 부분과 평의회 소집의 정족수 부분은 현 회칙과 이전 회칙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표 [평의회 구성과 의결정족수 비교]
예전회칙 현회칙 제 62 조 (구성 및 선출)
1 항 평의회는 각 팀에서 선출된 대표로 구성된다.
2 항 각 팀의 대표는 팀 재적인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인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선출한다.제 62 조 (구성 및 선출)
1 항 평의회는 각 팀에서 선출된 대표로 구성된다.
2 항 각 팀의 대표는 당해 학년도 매학기의 팀장으로 선출된 자로 한다.
3 항 팀장의 선출은 팀원 중에서 호선한다.제 69 조 (소집 및 의결정족수)
1 항 평의회는 총학생회장 또는 재적회원 1/7 이상의 연명에 의한 소집 요구가 있을 때 의장이 소집한다. 단, 긴급한 경우에는 의장이 소집할 수 있다.
2 항 평의회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회하고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단, 제64조제2항, 제65조제1항과 제3항은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회하고 출석의원 2/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여야 한다.제 69 조 (소집 및 의결정족수)
1 항 평의회는 총학생회장 또는 재적회원 1/7 이상의 연명에 의한 소집 요구가 있을 때 의장이 소집한다. 단, 긴급한 경우에는 의장이 소집할 수 있다.
2 항 평의회는 재적의원의 1/5 이상의 출석으로 개회한다.
3 항 평의회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단, 제64조 제2항, 제 65조 제 1 항과 제 3 항은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2/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여야 한다.
4 항 가부동수인 때에는 부결된 것으로 본다. -
– 과정에서 드러나는 교훈
표에서 볼 수 있는 대로, 우리는 평의회 의원의 선출 방식이 현재와 같은 호선의 방식이 아니라, 과반수의 출석과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한 선출이었음을 알게 된다. 또한 평의회의 의결이 현재의 1/5 이상의 출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과반수의 출석으로 이루어짐으로써 현 회칙보다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공동체 리더쉽 팀장과 평의회 의원에 아무런 연관을 짓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현 회칙 개정 당시에 학우들이 팀장과는 별도로 평의회 의원을 선출해야 한다는 점을 몰랐다는 점과 회칙에서 요구하는 과반수의 출석을 평의회 개회에 요구할 경우, 현실적으로 개회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에서 이 같은 개정이 이루어 졌다. 당시에도 학생 대표들은 평의회를 활성화 시켜야 한다는 명분 아래에서, 이같이 평의회의 민주적 정당성을 희생시킨 것이었다.
-
-
팀 대표 = 평의회 의원 ??
우리는 지난 논쟁에서 윤군과 한 교수가 부딪혔던 또 하나의 쟁점을 기억한다. 그 쟁점은 ‘팀장이면 팀장이고 우리의 대표이지, 민주적 정당성은 또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교수는 자신의 팀장의 민주적 정당성에 의문을 품는 윤군의 주장을 납득하지 못했는데, 교수는 팀 팀장을 보호하려는 선한 의도에서 학생정치에 관심이 없음에도 이 논쟁에 함께하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비록 우리 평의회가 팀장을 평의회 의원으로 두고 있기는 하지만, 본래부터 그러하였던 것도 아니고, 공동체 리더쉽 팀장으로서 요구되는 의무와 평의회 의원으로서 요구되는 의무는 분명히 다른 것이기에 그 둘은 혼동하여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 혼동은 아직도 계속되는 것 같다. 이 둘을 분리해야 하는 이유들은 예전의 논쟁에서도 많이 언급되었으니 읽어보도록 하자.
과거와 현재를 비춰 보며…
-
평의회 2부제는 무엇이 문제인가?
평의회 2부제는 또 다시 대표들의 명분으로 평의회의 민주성을 죽이려는 시도이다. 민주주의를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합리적 토론’이후의 표결이다. 민주주의는 ‘합리적 토론’이 없을 경우에 중우정치가 된다. 민주주의를 구체화 시킨 제도는 의회와 선거인데, 선거의 경우에도 그 이전에 ‘사회적 의사소통’을 하는 기간을 둔다. 여기서 결정적으로 의회와 선거가 구별되는 지점은 사람들이 한데 모여 주제에 관하여 토론을 하느냐 마느냐의 여부이다.
그런데, 평의회 2부제는 1부와 2부사이에 소통이 단절된다. 단지 표결 수만 합산해서 대충 끼워 맞추겠다는 다분히 형식적이고 율법주의적인 사고는, 의원들의 의사확인에만 집중했을 뿐, 정작 의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토론’의 기능을 무시한 사고이다. 이쯤 되면, 우리는 평’의회’가 정말 ‘의회’인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차라리 ‘팀 대표 투표인단’ 이라고 다시 명명하는 것은 어떠한가?
전학대회는 이 같은 자의적이며 어디서도 전례를 찾을 수 없으며,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는 회칙 해석과 적용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
평의원 활동 지원비 지급 기준 제정
-
– 공동체 리더쉽과 평의회를 구분하자.
전학대회의 평의회에 관련 된 안건 중 첫 번째 안건에 관한 논의는 기존에 학생과에서 ‘공동체 리더쉽 활성화 방안’으로써 팀장에게 장학금이 지급되는 것을 ‘팀장/평의원 활동 지원비’로 명의를 바꾸고 그것의 지급 기준을 제정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규칙 제정에 ‘공동체 리더쉽’이라는 교육적 의미에서의 활동과 ‘자발적 능동적 여론수렴’으로써 평의회 활동이 분리되어 취급되지 않고 있다.
“정책국장: 학생과에 문의한 결과 드문 경우인데, 팀장이 팀 모임을 거의 안 나온 경우, 2건 정도) 교수님이 지급비 지원 반대를 민원 하셨습니다. ” – 2월 18일 전학대회 회의록. -
– 학생활동 장학금은 노동의 대가인가?
나는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를 제기한다. 과연, 학생정치 활동으로 인한 장학금은 노동의 대가인가?? 하는 것이다. 인센티브 책 이라는 것은 학생들의 평의회 활동을 경제적 유인으로 장려해 보겠다는 의미인데, 전학대회에서 이는 곧 평의회 활동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겠다는 의미로 전개되는 것 같다.
회의록에서는 평의회 의원이 일정 횟수 이상의 회의에 참석 하여야만 장학금 지급을 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를 전학대회에 비추어 예를 들자면, 전학대회의원들 또한 전학대회에 몇 회 이상 참석하지 않으면 장학금 지급을 하지 않는 규정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우리는 장학금을 학생활동에 대한 노동의 대가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학생대표가 자신이 맡은 바 충실히 임무를 수행하지 않을 때, 제도에서 보장하는 정치적 견제들(탄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학생대표들이 올바로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가장 적절한 정치적 방법이다.
인센티브 책은 경제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는 이기적인 인간을 바탕으로 두고 사안을 설명한다. 하지만, 우리는 사리사욕만을 챙기는 학생대표들을 원하지 않는다. 또한, 학생대표들의 자발성과 순수성을 믿고 있다. 정치는 정치논리로 풀어야 한다. 정치를 경제논리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
– 그러면?
그러니까 ‘팀장/평의원 활동 지원비’로 혼동시키지 말고, ‘공동체 리더쉽 지원비’와 ‘평의원 활동 지원비’로 항목을 나눈 뒤, 평의원 활동을 위한 순수 장학금은 따로 보장하고, ‘공동체 리더쉽 지원비’는 학교에서 진행하는 교육적 목적에 맡도록 학교 측에서 기준을 제정할 수 있도록 분리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
정리하며…
평의회에 관련되어 몇 년에 걸쳐 심화된 문제는, “평의회를 공동체 리더쉽과 함께 운용하여 활성화 시키자.”라는 방법론적 명제 때문에 문제가 심화되었다고 본다. 평의회 2부제 또한 채플이 2부로 나뉜 배경에 맞추어 나온 발상이다. 이제는 이러한 방법론을 버릴 필요가 있다. 공동체 리더쉽과 평의회는 분명 다른 것이다. 학생 대표들의 올바른 분별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도적 수정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시간을 두고 진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요 근래 이루어지는 제도적 수정은 기존의 회칙에 대한 올바른 이해조차 되지 않은 채 성급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사안에서도 학생대표들은 평의회가 운영되는 현실과 회칙에 대해 정확히 이해한 다기 보다는 ‘평의회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 정작 평의회가 꿈꾸었던 민주주의의 꿈을 무참히 짓밟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제도는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제도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제도와 그 제도에 수반하는 구성원들의 의지가 있어야만 그 제도도 빛을 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학생대표들은 구성원들의 의지의 문제를 제도의 문제로 환원시켜 이해하였고, 우리 사회의 문제를 회칙의 문제로 돌리는 데 급급했다.
만약 계속해서 학생대표들의 제대로 된 이해 없이 계속해서 수동적으로 평의회가 이끌어져 나간다면, 이 같은 소모는 분명 비효율 적인 것이며,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여론수렴을 위한 평의회’라는 당초의 취지는 무색해 질 것이다. 그렇다면 본래의 취지는 상실되고 사회적 혼란만을 야기하는 평의회는 사라져야함이 마땅하다.
평의회 비활성화에 대한 문제 해결은 학우들이 직접 참여하는 방법 밖에 없다. 그 외의 다른 방법들은 없다. 그 외의 모든 다른 방법들은 책임회피일 뿐이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