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풀
- 불법돌봄과 이를 조장하는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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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뇨 서비스를 위한 활동지원사 보수교육
활동지원사가 하는 의료행위는 모두 불법이지만 그중에는 보건복지부가 서비스 제공을 허락(?)했던 것도 있다. 바로 도뇨행위다. 보건복지부는 활동지원사가 별도의 보수교육을 받으면 배뇨도움(도뇨)1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 경위는 이렇다. 2013년 10월 한 척수장애인 당사자는 활동지원기관으로부터 활동지원사에게 넬라톤(도뇨의 한 종류)을 받는 것은 불법의료행위라는 이야기를 듣고,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한다. 척수장애인은 척수손상으로 인해 방광 기능에 문제가 생겨 소변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는다. 소변을 빼지 않으면 병이 생길 수 있어 관을 넣어 빼야 한다. 장애로 손 감각이 떨어졌던 당사자는 홀로 넬라톤을 진행하기도 어렵고, 방문간호서비스를 이용하기엔 수가가 너무 비쌌다. 장애인당사자는 활동지원사로부터 넬라톤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2 이에 당사자 단체가 호응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을 주축으로 여러 장애인 단체가 참여한 ’장애인제도개선solution’은 활동지원사의 넬라톤을 허용할 것을 복지부에 건의한다.3 보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와 한국척수장애인협회 간의 간담회를 수차례 진행하였다.4 이후 보건복지부는 별도의 보수교육을 받으면 활동지원사도 넬라톤을 할 수 있도록 하였고, 이와 관련된 공문을 지자체에 발송하였다. 공문에는 교육방법도 상술하는데 활동지원사에게 인체모형을 통한 넬라톤 직접 시행 등을 실습하게까지 했다.5 2014년 3월까지의 일이다.
보건복지부에서는 매년 ’장애인활동지원 사업안내’를 발간하여 업무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활동지원사에게 ’도뇨’를 지시하는 지침은 현재까지 변하지 않고 남아있다. 복지부 행정의 결과로 도뇨 보수교육을 받고 여전히 장애인에게 도뇨를 시행하는 활동지원사가 있다.



태도를 바꾼 보건복지부
2020년까지만 해도 보건복지부는 활동지원사의 ’도뇨’를 허용하였음을 인정하였다.6 그런데 2022년쯤부터 문서에서 “배뇨도움(도뇨)”옆에 “비의료행위”를 슬쩍 병기7하기 시작하더니, 2023년부터는 면담 등에서 배뇨도움이 비의료적행위로 국한된다고 대답하기 시작했다. 활동지원사가 관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이 도뇨가 ’의료적 행위’인지 ’비의료적 행위’인지 판단 여부이다. ’비의료적 행위’였다면 애초에 쟁점이 될 이유가 없었다. 의료적 행위지만 복지부가 허용했다면, 그에 대한 책임도 정부가 지면 될 일이다. 정부는 정부발의로 법률을 개정해 활동지원사의 도뇨를 합법화하여 책임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전에 선행되어야 할 논의들이 있다. 활동지원사에게 도뇨를 허용할 경우 발생할 문제점이 무엇인지,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은 무엇이 필요한지, 전문가인 의료인들의 의견은 어떤지 등 여러 사안이 조율되어야 한다.
이런 사회적 논의가 쉽지 않았기 때문일까? 복지부는 활동지원사의 도뇨를 합법화하지 않았다. 이제 와서 슬쩍 도뇨 중에서도 ’비의료적 행위’로 한정한다고 태도를 바꿀 뿐이다. 도뇨가 의료적 행위와 비의료적 행위로 나뉜다면, 그를 구분하는 기준을 제시해야만 한다. 하지만 복지부는 그 기준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도뇨’를 시행하고 있는 활동지원사들은 검경의 수사와 기소만 있으면 불법의료행위로 처벌받거나, 적어도 수사와 재판에 시달릴 수 있는 불안정한 지위에 있다. 활동지원사만 그러할까. 정부는 의료수요에 대응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돌봄노동자의 불법의료행위를 사실상 조장하며 모르는 체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활동지원사는 장애인에게 생업지원을 해도 될까?
2025년 4월 9일 활동지원사는 부수적인 업무의 경우 장애인의 생업지원을 해도 된다는 보건복지부 공문이 각급 지자체로 하달된다.

복지부가 허용한 생업지원의 범위는 “수급자를 보조하는 행위는 허용”이라며, 그 예로 “이동·식사 보조, 은행 업무, 수납, 영수증·바우처 관리 등”을 들고 있다. 또 기타부분을 명시하여 “적시되지 않은 업무에 대해서는 시군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도록 하여 시군의 판단에 따른 허용 여지를 더 열어두고 있다.
애초에 생업은 사전적으로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하는 일”이라, 돈을 받는 것 자체가 궁극적인 목적이다. 그런데 돈을 받는 것이 부수적 이라는 보건복지부의 기준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무엇보다 ’수납’이라는 행위를 주 업무로 하는 직종은 활동지원사가 언제든 할 수 있게 된다.
보건복지부가 생업지원을 허용한 경위도, 도뇨를 허용했던 경위와 유사하다. 경기도 의정부시에 거주하던 시각장애인 안마사 장성일 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안마원 업무를 활동지원사로부터 도움을 받다가 의정부시청으로부터 활동지원급여 부정수급에 해당한다는 경고를 받는다. 이에 충격을 받은 장성일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에 당사자 단체가 호응한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와 대한안마사협회는 2024년 9월 24일 의사당대로 앞에서 ’고 장성일 열사 추모 및 시각장애인 생존권 쟁취 결의대회’를 열었다.8 결의대회에서 당사자들은 장애인활동지원에관한법률 제16조(생업지원 금지 조항)를 삭제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그 후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대한안마사협회 단 두 단체 만이 민간위원으로 참여한 민관협의체에서 활동지원사에게 생업지원을 허용하도록 논의되었고, 복지부는 생업지원 공문을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보건복지부는 불법이던 생업지원을 합법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장애인활동지원에관한법률 제16조 2항에서는 이용자가 제공을 요구하거나, 활동지원기관이 제공해서는 안 되는 행위를 나열하고 있는데, 그 행위 중에는 수급자 또는 그 가족의 직장 등에서 생업을 지원하는 행위가 있다. 해당 법조문은 보건복지부에서 제시하는 기준처럼 주된 행위이건 보조하는 행위이건 가리지 않는다. 복지부 차원에서 지자체로 공문을 시행하였지만 ’보조하는 행위’일지라도 장애인이용자와 가족의 직장 등에서 생업을 지원하는 행위는 여전히 불법이다.
장애인활동지원에관한법률에서는 부정수급을 처벌한다. 활동지원급여는 필요한 범위에서 적정하게 제공하여야 하고,9 생업을 지원하는 것은 적절한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법률이 금하고 있으며,10 법률이 금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급여를 부당하게 지급받을 경우, 급여 또는 급여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을 징수당하며, 대통령으로 정하는 이자를 더하여 징수당할 수도 있다.11 뿐만 아니라, 벌칙 조항에 따라 3년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중범죄12다.
지금은 당장 장애인의 민원을 무마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생업지원을 일부 허용하는 조치를 하지만, 이는 엄연히 복지부의 지침일 뿐 ’법률우선의 원칙’에 따라 여차하면 법률이 적용될 것이다. 지방 경찰서에서는 활동지원사의 부정수급을 색출하기 위해 저인망 수사가 이루어지는 경우들이 종종 있는데13, 복지부의 공문과 지침을 무시하고 경찰이 생업지원을 기소하면 활동지원기관과 활동지원사는 처벌받을 수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현재 기준으로 생업지원관련 조문을 수정하는 법률개정안은 단 한 건도 상정되어 있지 않다.
보건복지부의 자의적 행정태도, 관련 당사자 포함한 위원회 설립으로 통제해야
도뇨와 생업지원 사례에서 복지부 행정의 어떤 패턴을 읽을 수 있다. 1)장애인에게 민원이 발생하면 2)국가가 책임지고 민원을 처리하는 방안을 고심하는 것이 아니라 활동지원사의 업무 범위를 불법이어도 확장하고 3)불법행위에 대한 법률개정 등 책임있는 행정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4)추후 질의가 들어가면 슬쩍 자신들이 불법행위를 시킨 것은 아니라고 말을 바꾼다. 순간의 장애인 민원만 무마하면 된다는 식의 임시방편 행정일 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행정에 피해 보는 것은 서비스제공자다. 활동지원사의 업무범위는 꽤 민감한 사항이다. 업무범위에 포함되는지 아닌지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이 되느냐 마느냐가 갈리는 중대한 사항이다. 활동지원기관과 활동지원사가 환수대상이 되는 것은 기본이다.
정부가 주도하고 아무런 통제도 받지 않는 민관협의 혹은 거버넌스로 치장되는 자의적 의견수렴 행정으로는 최소한의 자의성 배제의 원칙조차 관철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의 선택적 의견수렴을 내버려둘 수는 없다. 관련자와 이해당사자 모두가 참여하고 논의하는 장애인활동지원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여, 복지부의 자의적 행정을 통제할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도뇨란 “요도 도관을 방광에 삽입하여 소변을 뽑아내는 일.” 네이버 어학사전. 카테터는 “체강 또는 구멍이 있는 장기로부터 액체를 빼내거나 그곳에 액체를 넣기 위한, 관상의 유연한 외과 기구.” 국립국어원 우리말 샘.↩︎
에이블뉴스, 넬라톤 때문 불법에 노출된 ‘척수장애인’, https://www.able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8062, 2013.10.30.↩︎
에이블뉴스, 활동보조인 넬라톤 허용 복지부에 ‘건의’, https://www.able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8265, 2013.11.08.↩︎
에이블뉴스, “대한의사협, 활동보조인 넬라톤 허용 입장”, https://www.able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8973, 2013.12.17.↩︎
서울정보소통광장 ,활동보조인 배뇨도움 서비스 제공을 위한 보수교육계획 안내, https://opengov.seoul.go.kr/sanction/1363246↩︎
보건복지부가 최혜영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자료. 제출일자: 2020.8.25.↩︎
보건복지부가 최혜영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자료. 제출일자: 2022.9.21. 에는 “배뇨도움(도뇨, 비의료행위)”라고 도뇨와 비의료행위를 병기하고 있다.↩︎
한겨레, 일터서 ‘지원’ 받았다고 2억 환수…시각장애인 숨진 뒤 법 개정 목소리,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59484.html, 2024.09.25.↩︎
장애인활동지원에관한법률 제2조의2 2항↩︎
장애인활동지원에관한법률 제16조 2항↩︎
장애인활동지원에관한법률 제35조 1항↩︎
장애인활동지원에관한법률 제47조 1항↩︎
비마이너, 김포경찰서, 활동보조 이용자·노동자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9558, 2016.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