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선배의 연애가 끝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찌 그리 됐냐 물으니, 순리를 운운한다. 그런 주제에 관해서는 누구라도 군자가 되고 싶을 것이다. 사실, J선배의 연애가 지속된다 하더라도 과연 서로에게 속을 터놓는 진실된 관계로 발전될지는 의아했었다. 그래도, 그러면 어떠랴 우리는 서로의 거짓된 상상에 의지해 위대해 질 수 있으리라. 그게 삶의 처방이 될 수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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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홀로 된 어미를 오랜만에 만났을 때, 아들은 어미의 홀로됨을 단박에 직관할 수 있었다. 또 어이없게도, 아들은 어미 앞에서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 어미의 홀로됨을 애도하며, 또 한 사내의 홀로됨을 애도하며, 아들은 어미의 쓸쓸함에 안부를 물었다. 어미는 자신의 생에 만족하며 자유를 느낀다고 말하였고, 그 사내의 어찌할 수 없음을 이해한다고 말하였다. 이어, 젊은날의 생에 대한 고백 또한 이어진다. 자신은 자신이 사랑받지 못한다는 피해의식 속에서 살아 왔노라고, 그 사내는 그러한 상처를 치유해 줬노라고, 그래서 이제는 더이상 외로움이 없노라고, 혹시라도 아들도 그런 피해의식 속에서 살고 있는건 아니냐고 물었다. 이어 그 사내가 아들에게 잘 해 주었으니, 전화한통화를 건내는 것이 어떻냐는 제안도 한다. 하지만, 아들은 전화하지 않겠다고 대답한다. 그 사내에게 필요한 것은 곁에 있어주는 것이라고, 함께 살아 주는 것이라고, 그러지 못할 바에야 얄팍한 온기는 위선일 뿐이라고, 언젠가 한번쯔음은 그 고장으로 그 사내를 찾아가리라 대답한다. 어미는 그러라 한다. 다만, 어미는 가지말라고 한 것으로 치자고 한다. 어미가 죽고 난 후에, 그 사내의 곁에서 살아주는 것이 가능해진다면, 그렇게 하는 것도 괜찮겠다고 대답한다.

아들은 어미의 자유를 믿지 않는다. 다만,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그 이야기를 듣는 자신이 신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신에게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녀의 기쁨을 느꼈을 뿐이다. 아니면, 딱히 그녀가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까. 그래서 아들은 그 순간을 믿지 않는다.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하고 있는, 내일이면 변하고 사라져 버릴 그녀의 영혼을 느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