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선생님 나오셨네. [김규항의 좌판](4)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 박경석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

교장선생님 나오셨네.

[김규항의 좌판](4)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 박경석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11011920515&code=2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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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석 = 우리 사회는 장애인 문제에 대해 시혜와 동정, 불쌍하다 이상의 생각은 찾아보기 어렵다. 근래 <도가니>라는 영화가 화제인데 영화가 나오기 십년 전부터 피터지게 싸웠고 묻혔었다. <도가니>가 문제를 환기한 건 고마운 일이지만 그 영화를 둘러싼 시선과 관심 역시 주류의 틀을 넘어서진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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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항 = <도가니> 같은 인권유린도 문제지만 장애인운동이 체제 내로 흡수되어 사멸하는 상황도 참 무서운 것이다. 이명박과 수구 세력을 극복하는 게 진보운동의 유일한 목적이 되면 진보운동이 자유주의 세력에 흡수되어 힘을 잃을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맥락인데, 운동의 하한선을 정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박원순씨가 “이명박 정부 들어 정부와 대기업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기자들 앞에서 하소연하는 걸 보며 민망했다.

박경석 = 결벽증이라 오해할 분들도 있겠지만 그런 돈을 받으면 운동을 압박하고 종속해서 결국 체제 내적인 운동이 될 수밖에 없다. 극우세력이 ‘좌빨’이라고 해준다고 진보운동이 되는 건 아니다. 그런데 그런 분들도 어렵다고 하니 시민들의 후원이 전부인 우린 좀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이 ‘500일 농성’까지 해가며 10여년을 뼈빠지게 투쟁했는데 먹고사는 문제와 미래 문제로 고민하는 걸 보면 마음이 많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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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항 = 내 살림 챙기기도 어려운데 다른 진보운동과 노동 운동에 적극적으로 연대하려는 태도가 인상적이다.

박경석 = 결국 하나이기 때문이다. 노동자 계급의 문제가 풀리면 장애인 운동이 자동으로 풀리는 건 아니지만 노동자의 문제 해결 없이 장애인 문제만 풀릴 수도 없다. 설사 풀린다고 해도 올바르게 풀리는 게 아니라 망해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자본과 노동의 계급 갈등과 차별은 그대로 존재하는데 장애인이 행복할 수 있는 건 자본주의 체제가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한 치장거리로 이용하는 경우일 가능성이 높다. 장애인을 내세우면 얼마나 생색내기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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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석 = 장애인 차별 금지법이 제정되고 노무현 정부의 치적을 자축하는 자리였다. 장애인 차별 금지법을 만든 건 물론 잘했지만, 장애인 부모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단식 농성하고 있었고 사회복지 시설 비리 때문에 계속 투쟁하고 있었고 그리고 활동보조인 서비스의 시장화 정책에 대해서 반대하고 있었다. 나는 장애인 차별 금지법을 대통령이 서명하기 전에 우리 장애인들이 밥을 굶으며 투쟁하고 있는 문제를 먼저 알고 서명했으면 좋겠다, 대통령을 아무 때나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말했는데 대통령은 ‘장애인 차별 금지법을 만들었으니 우리나라 좋은 나라’ 이런 이야기만 하고 싶어 했다. 결국 대통령의 지시로 들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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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석 = 이를 테면 활동보조인 서비스 자부담률이 4만원에서 8만원으로 올랐다가 이젠 몇십만원으로 올라버렸는데 그 때 유시민 복지부 장관이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시장주의 원칙이 아니라 복지원칙으로 만들어놓았으면 이명박 정권도 함부로 건드릴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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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석 = 당시 장애인 문제에 대해 현실적 판단으로 따지면 국회의원이 되는 게 좋다는 의견도 많았다. 그런데 사회변화라는 게 아래로부터의 든든한 기초, 사회 운동, 투쟁을 잘 할 수 있는 대중적인 조직, 건강한 소통 이런 활동들이 더 중요한 것이지 제도 하나 바꾼다고 그래서 예산이 조금 더 늘어난다고 바뀌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4년을 싸워서 ‘교통약자 편의증진법’을 만들었는데 예산이 없다고 안하는 걸 보면서 법 하나 만들었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구나, 단체 예산 따는 거, 운영비 예산 따는 건 잘 할 수 있겠지만 보편적인 권리를 만드는 투쟁은 제도 하나 가지고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생각했다. 제도가 주는 함정도 경계해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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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석 = 싸움의 대상이 강해서 이명박 정부가 너무 탄압하기 때문에 힘이 빠지진 않는다. 오히려 힘이 나고 운동을 즐겁게 만들기도 한다. 정말 힘이 빠지는 건 지난 10여년의 활동에 대해, 직접행동의 투쟁 방식에 대해 주변 사람들이 낡았다고 충고할 때다. ‘몸으로 부딪히고 천막치고 농성하는 것 가지고는 요즘 씨알도 안 먹힌다’ 그런 이야기들을 들을 때 무너지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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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석 = 안타깝다. 사실 몸을 쓰는 싸움은 우리 싸움의 일부일 뿐이다. 트위터도 하고 토론도 하고 문화제도 하고 기자회견도 하고 할 수 있는 건 다 한다. 가능한 한 부드럽고 온건한 방식을 선택하려 해도 몸으로 할 수밖에 없는 싸움도 있다는 걸 함께 인정하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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