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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페연대 활동가 3인과의 대화 이후, 뭔가 나에게 반성이 요구되고 있는 것 같은데, 딱히 뭐라 말을 잘 못하겠다. 솔직히 말하면, 제3자인 장애여성의 사생활이 노출된 것에 대해서 특별히 문제가 되었기에 글을 내리는 것이 요구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다른 비판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잘 모르겠다. 장애인이용자와 활동보조인이 남근중심적이라는 비판이 있었는데, 나는 장애여성의 성문제에 대해서 이야기 할 경험도 없고 성찰도 없다. 다만 장애남성의 성적 욕구와 관련된 문제를 이야기 할 때에는 남근중심적 중증 장애인의 성욕구 문제가 더욱 복잡한 문제라고 보며 이 복잡성과 특수성 때문에 오히려 살펴볼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상화와 관련된 문제제기는 결국 성찰의 심도와 관련 있다고 본다. 어떤 글쓰기이든 대상이 있는 글쓰기는 모든 대상을 대상화 한다. 중요한 것은 그 대상화를 넘어설 정도의 성찰이 있는지의 여부 아닐까? 결국 나에게 더욱더 깊은 고민을 요구하는 것인데, 그것이 어디 나 개인의 무엇으로 성취될 것인가 싶기도 하다.

나는 활동보조노동을 하기 전에는 장애에 대한 인식이 거의 전무했다. 나는 일도 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고 내 노동에 대한 성찰도 해야 한다. 요즘 들어 나는 무엇을 해야 한다는 어떤 당위보다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더욱 궁금하다. 나에게 요구되는 당위가 나에게 기대될 만한 것일 때 그 말은 의미가 있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이 요구되는 것은 무의미한 말이다. 나는 대상화의 문제를 넘어서는 성찰을 할 수 있을까? 차라리 내가 나에게 기대할 것은 비판의 대상이 됨으로써 어떤 논의를 끌어내는 발제자의 역할 같은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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