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하게 신생 ‘활동보조 중계센터’ 옆에서 활동보조를 하게 되었다. 나야 이번 달에 처음 일을 시작할 때부터 해당 이용자에게 활동보조 서비스를 2개월간만 제공하기로 했었다. 나는 그래도 나름 이 바닥에서는 잘 팔리는 인력이라, 이용자가 계속해서 나에게 활동보조를 받고 싶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용자는 중계센터를 옮기는 게 어떠냐고 묻는다.

신생 중계센터의 모체라고 할 수 있는 단체에서 활동하는 장애인들을 활동보조해주는 선생님들이 있었다. 그런데 해당 단체 장애인들은 새로운 중계센터로 활동보조 서비스 중계기관을 바꾸라고 내부 회의에서 강권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장애인 이용자들은 중계센터를 바꾸는 과정에 있고, 더불어 활동보조인들은 중계센터를 바꾸지 않는 이상 기존의 이용자를 더는 활동보조 하지 못하게 될 상황이다.

한 활동보조인 선생님은 지금 재직한 센터에서 3년간 활동보조를 해왔다고 한다. 오늘 이용자로부터 중계센터를 바꾸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지금 이용자를 계속 활동보조 하지 못하면 수입이 크게 줄어 막막하다고 한다. 그런데 활동보조인에게 중계센터 이중 등록은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는 손해이고, 중계센터를 옮긴다는 것은 퇴직금 정리 등 잡다한 일이 많으며, 말 그대로 ‘이직’인 것이다.

주변에 활동보조인을 그만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한 친구는 ‘이용만 당한 기분’이라는 말을 했고, 한 친구는 자신도 이제 ‘버려지는 사람이 아니라 버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장애인 이용자에게 연결해줄 활동보조인력도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의 활동들을 함께해 온 활동보조인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치 않고, 자신들의 이해관계만으로 일을 강행하는 이런 신생센터는 지지하고 싶지 않다.

그것이 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장애인 활동보조 중계센터 일반의 이야기라면, 장애인 활동보조인은 장애인들에게 인간이 아닌 전동휠체어와 비슷한 도구로 이용되기만 하고 끝난다는 의미일 것이며, 그들이 행하는 ‘노동문제’와의 연대는 자신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문화제’에서나 웃으며 투쟁할 수 있는 그런 노동문제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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