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적은 누구였습니까?

한동대 인트라넷에 쓴 글. 총장청빙 문제로 논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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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적은 누구였습니까?

김영길 총장이 글 하나 쓰니, 분위기가 확실히 바뀌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총동문회 페이스북과 i7을 오가며 상황을 지켜보았고,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었습니다. 총동문회 페이스북에서는 이미 한명의 동문이 1인시위를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또 몇몇 졸업생들이 모여 릴레이 1인시위를 조직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김영길 총장이 글을 발표한 이후로, 릴레이 1인시위는 취소되었고, 총동문회 페이스북 및 인트라넷의 분위기는 ‘총장님 사랑해요’일변도로 변해있었습니다. 또한 오늘 오전 발표된 동문들의 성명문 또한 김영길 총장의 글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시간이 조금 지나자 우리가 뭔가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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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러한 논란이 불거지게 된 근본적 이유에는 한동대학교 차기 총장 인선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점일 것입니다. 이 불투명성과 더불어 총장인선위는 한동공동체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 외부인사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동대학교는 필요할 때는 공동체 운운하며 학내 구성원들의 희생을 요구하지만, 정작 결정적 의사결정 시기에는 폐쇄적으로 정보를 운용하고 공동체를 배제시킨 채 의사결정을 합니다. 이것은 한동대학교의 고질적 의사결정구조에 대한 문제와도 잇닿아 있으며, 이 점에 대해서는 비판이 여전이 유효하다는 것을 다시 상기해야 합니다.

이러한 폐쇄적 의사결정은 김영길 총장이 발표한 글에서도 드러납니다. 김영길 총장은 자신이 한동공동체에 헌신하고자 하는 소망을 분란 때문에 스스로 내려놓는듯이 말하지만, 제가 보기에 그것은 극히 상식적 수순이며, 논란이 여기까지 오게 된 것 자체가 한동공동체의 폐쇄성, 독단성, 비민주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영길 총장의 글에서 드러났듯이 명예총장에 관한 제도는 2007년 UN에서 우리학교를 UNESCO TWIN 대학으로 선정한 직후에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김영길 총장이 4대 총장으로 연임한 시기가 2009년입니다. 지금은 2013년입니다. 한사람이 총장을 4번이나 했다는 것도 비상식적이지만, 새로운 임기가 시작하기도 전에 자신이 퇴직한 후를 대비하여 명예총장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놓았다는 것 자체가 저는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김영길 총장이 총장직을 제안받았을 때 이미 20년 임기를 보장하라는 요구를 하였다는 낭설을 흘리기도 하였습니다. 누군가는 이러한 낭설이 김영길 총장을 음해하려는 세력이 만들어낸 음모론 따위로 치부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미 20년은 눈앞에 다가왔고, 임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퇴직후의 명예총장직이 준비되었다는 믿지못할 치밀함마저 보이고 있으니, 저는 이 낭설이 과연 낭설이기만 한 것인지 의구심이 듭니다.

6년이라는 기간은 대통령이 한번 바뀔 기간이고, 날짜만 잘 맞으면 국회의원이 두번 바뀌는걸 볼 기간입니다. 또 누군가는 총장 임기 한번을 끝내고 퇴임했을 기간입니다. 그런데 웃기고 또 슬픈것은, 그 기간동안 한동공동체 누구도 명예총장제도가 있는지도 몰랐다는 사실입니다. 한동공동체에 매번 돈이 없고 재단이 없다는 말만을 남발하며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한동대학교 이사진과 오로지 김영길총장만이 이 제도에 대해 알고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명예총장제도에 대해 올바른 정보 없이 날선 비판을 가한 문제제기자들을 힐난할지도 모릅니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총장을 비판했다는둥 말이지요. 하지만 그것은 정보에 대해 잘 알아보지 않은 문제제기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정보를 알아 볼 수 없도록 독점하고 공동체 구성원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은 대학당국과 김영길 총장이 책임져야 할 문제인 것입니다.

김영길 총장의 글에서는 명예총장에 대해서만 언급했지만, 지금 불거진 의혹들은 그것이 다가 아닙니다. 김영길 총장이 그토록 많은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또 그토록 기나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명예총장에 대해서만 언급하는 것은 마치 모든 문제제기가 명예총장만을 언급하는 것이며 혹은 자신을 향한 것으로 호도하는 것이며 또 오독한 행위입니다.

지금 제기되는 의혹에는 김영길 총장 자신이 공공연하게 말한 명예총장에 관한 것 외에도, 김영길 총장이 이사장을 노리고 있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올네이션스 홀에 총장실보다 더 좋은 이사장 집무실이 생겼고, 새로 지은 외국인 아파트 최상층에 커다란 공관을 마련했으며, 정교수 승진 대상자들에게 전에 없었던 이사회 면담이라는 절차를 새로 추가했다> _ 송성규 교수가 공개한 서간문

학교를 떠난지도 오랜 시간이 지났고, 학교 소식도 듣지 않고 지냈습니다. 올네이션스 홀이 어디를 지칭하는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저는 ‘총장실 보다 좋은 이사장 집무실’이 무엇을 준비하는지 궁금합니다. 가능한 세 가지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겠는데, 하나는 송성규 교수가 말한 것처럼, 김영길 총장이 이사장이 되기 위해 준비하는 것일 수도 있고, 또 다른 하나는 기존의 이사장을 위해 준비된 것일 수도 있고, 또 다른 하나는 한동대학교가 재단을 받아들일 준비가 진행되고 있으며, 그 공간은 새로이 추대될 재단이사를 위해 준비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로는 이 세가지 모두가 다 문제적입니다. 첫번째 경우, 이미 송성규 교수가 우려한 것 처럼, 기존의 권력이 계속 잔존하여 섭정과 같은 의사결정체제가 될 것이며, 이는 곧 비민주적이고 독단적인 한동대의 의사결정구조가 지속됨을 의미합니다. 두번째의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은 가뜩이나 돈도 없고 힘든 한동대학교에 실질적으로 어떤 책임도 지고 있지 않은 이사장에게 막대한 비용을 들여 공간을 내어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공간은 차라리 학생들을 위해 쓰여져야 마땅합니다. 세번째의 경우, 필요할 때는 한동대학교의 정체성을 들어가며 재단을 거부한 전력이 있는 대학당국이, 정작 재단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있어서 한동 구성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은밀하게 이 같은 일을 진행하기 때문에 문제적입니다.

하지만 송성규 교수의 이같은 의혹에 대해, 그리고 한동 구성원이라면 마땅히 알아야만 할 이러한 사안에 대해서 김영길 총장은 물론 대학당국은 아무런 해명도 하고 있지 않습니다. 김영길 총장 스스로는 이사장 선출에 관해서는 이사회의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답을 미룰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대학 공간을 만들어내고 가구를 들이는 등의 공간구성에 관한 일에 김영길 총장이 전혀 개입되지 않았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저는 명확히 합니다. 김영길 총장은 명예총장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지, 이사장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또한 서두에 이미 말했듯이 차기 총장 인선과정이 불투명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인선위가 어떤 과정을 통해 구성되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것보다 우리를 뜨악하게 하는 것은, 김영길 총장이 총장후보자의 이력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김영길 총장이 총장인선과정에 개입되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합니다. 여기에서 또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김영길 총장이 은폐된 의사결정과정에 깊숙이 개입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동대학교의 이사들 모두 김영길 총장이 추대했으며, 한동공동체를 배제하고 그들 사이에서만 의사소통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다 알만한 사실입니다.

이제 그렇다면 이런저런 검토를 통해 문제제기자들이 제기한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하나. 김영길 총장은 이번 임기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약속해 주십시오. 학교와 관련하여 실질적 권한을 가진 어떤 직책도 맡지 마십시오.

하나. 김영길 총장은 신임총장 청빙 절차에 관여하지 마십시오.

하나. 한동대학교는 지금 진행하고 있는 총장 청빙 과정을 대내외적으로 투명하게 진행해 주십시오.

하나. 총장 청빙 과정에는 한동 구성원이 참여해야 합니다. 신임받는 교수와 학생대표가 참여하는 방안을 마련해 주십시오.

하나. 한동대학교에 책임은 지지 않고 권한만을 가지고 있는 이사진은 스스로의 기능성과 책임성 재고를 위해 재단 초빙을 추진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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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동대의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우려하며 지켜보고있는 재학생 및 졸업생 동문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우려하였던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우리의 적은 누구였습니까? 김영길 총장이 명예총장만 그만두면 이 모든 것들이 해결된단 말입니까? 우리는 지난 20년의 시간동안 김영길 총장의 ‘웃음’과 그의 ‘관습적 수사’ 그리고 ‘한동의 종소리’에 속아왔다는 사실을 잊었습니까? 그리고 그것은 김영길 총장에게 속은 것이 아니라, 정작 우리 스스로가 속여 왔다는 사실을 잊었습니까? 우리는 정작 정직해야할 스스로에게 가장 부정직한 죄를 저지르고 있지는 않습니까? 우리가 말하는 한동의 비상식적이고 독재적이고 비민주적인 의사결정구조는 바로 그것을 견뎌내고 감내하였던 우리들 때문은 아닙니까?

우리는 또 스스로를 속이려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우리들 마음속에는 김영길이라는 금송아지 한 마리가 들어차 있는 것은 아닌지, 또 격변의 이 순간 우리가 주춤하는 것은 그 금송아지의 존재를 증거하는 것은 아닌지, 이제 그 금송아지는 깨어져야 할 것은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당신들을 도발하고 선동하고 지켜보며. 2013.10.14. 03전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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